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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골프가 골프를 시작한지 이제 만으로 12년이 넘었습니다. 월드컵이 한창이던 2002년 5월에 골프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70대 스코어인 싱글 핸디캡(single digit handicap, 이하 싱글)을 친 것이 1년 3개월이 지난 2003년 8월이었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골프를 처음 시작했을 당시 아마추어 골퍼로서 싱글을 평생 한번도 못치고 죽는 사람도 많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에 처음으로 79타 싱글 핸디캡을 기록 했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요. 지금은 거의 항상 70대 스코어를 치고는 있지만, 당시로는 정말 그 스코어가 마지막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지요.


출처 : rockbottomgolf.com



처음으로 언더파를 친 것이 거의 만 10년만인 2011년 12월이었습니다. 2언더파의 스코어인 70타를 기록한 것이지요. 그 전에 이븐파는 몇번 기록 했었지만, 언더파를 기록했던 적은 없었기에 이때의 기분 또한 새로운 것을 달성한 기쁨이 아주 컸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70대 타수가 라베(Life Best; 라이프 베스트)인 상태였던 것이죠. 지난해 하루에 최대 108홀 라운드(총 6라운드) 도전 중에 두번째 라운드에 3언더파를 친 것이 세번째 언더파 기록이었습니다. 처음으로 60대 타수인 69타를 기록한 라운드였지요.


[골프컬럼] #102. 마인드골프 하루 최다 라운드(108홀) 도전기


그리고 지난해 69타 기록을 세운 이후 만 1년만에 새로운 라베를 기록 하게 되었습니다. 재밌는 것은 라베를 할 때를 생각해 보면 바로 전날 조금은 늦게 자고 잠도 충분치 않은 상태였던 것이 많은거 같은데, 그런 상태가 오히려 라운드에 대한 기대를 덜 하게 되어 오히려 더 좋은 스코어가 나온듯 하네요. 이날도 전날 일이 있어 잠을 몇시간 못자고 간 새벽 라운드였지요. 이 라운드가 사실 필드 레슨을 하는 라운드였고, 필드 레슨을 받는 분도 거의 초보분으로 필드 레슨 처음 하는 경우라 좀 신경을 써야 할 라운드기도 했었지요.


1번홀로 이동하여 차례를 기다리니 다행히 조인하는 사람은 없어서 두명이서 라운드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전반 9홀 플레이를 하고 나서 보니 모든 홀을 다 파를 한 상태가 되어 있더군요. 3번의 GIR을 못한 홀들이 있었으나 어프로치를 잘하고 모두 다 스크램블링(Scrambling)을 성공하였지요. 


[골프상식] #8. 스크램블링(Scrambling) 이란?


마인드골프가 홀인원, 사이클버디, 언더파 등의 다양한 기록을 세웠는데, 아직 못해본 것을이 몇개 있는데 그 중 하나가 18홀 모두 다 파를 하는 올파(all par) 기록이 그것입니다. 아직 알바트로스(albatross)도 해보진 못했지만, 사실 알바트로스는 홀인원 보다 더 힘든거 같습니다. 홀인원 보다 더 긴 거리에서 쳐서 들어가야 하기에 확률적으로도 더 힘든 기록임에 틀림 없겠지요. 파3 홀이야 짧게는 100에서 200야드 정도 거리지만, 파5에서 세컨샷은 대부분 200야드 이상의 거리가 남기에 홀인원 보다 힘든 것이지요.


라베 기록의 시작


전반 9홀이 끝난 상태에서 9홀 모두 파를 한 상태였기에 올파에 대한 기록을 생각해 보게 되었지요. 10번홀 티샷이 아주 잘 맞아서 100야드 정도의 거리가 남았고, 무난하게 파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을 했지요. 가볍게 피칭 웨지로 친 샷이 8~9야드 정도 거리의 퍼팅이 남게 되었습니다. 마음속으로는 충분히 2펏을 할 수 있으니 10번째 파를 만들 수 있겠다 싶었는데, 그냥 그 펏이 홀로 들어가 버렸지요. 버디를 하고도 좀 묘한 느낌이 들었던 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올파의 도전은 물거품(?)이 되었지요. 다음 홀인 11번 홀은 핸디캡 2번 홀이었는데, 양쪽이 모두 워터 해저드이고 거리도 좀 있는 홀이라 파를 하기 만만치 않은 홀이었지요. 드라이버 잘 치고 세컨샷 공략한 것이 그린에 잘 올라갔는데, 쉬운 버디 펏은 아니었습니다. 바로 전 홀 롱 펏이 잘 들어가면서 퍼팅감이 좋아지기 시작했지요. 왠지 이번 펏도 들어갈 것 같은 자신감이 많이 들더니 곧바로 홀로 들어가며 연속 2홀 버디를 만들었습니다.





다음홀은 파3. 두홀 연속 버디를 하고 나니 2언더파의 기록이고, 이 컨디션이면 잘하면 라베를 기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지요. 이 홀은 주로 최소한 파를 많이 한 어렵지 않은 홀이라 버디는 아니더라도 무난하게 파는 기록할 수 있는 정도의 홀이기에 큰 부담 없이 샷을 하였지요. 잘 맞았다고 생각한 샷이 홀 방향으로 잘 날아갔습니다. 왠지 홀 근처에 공이 붙었을 거 같단 생각이 들었지요. 이 홀은 티잉 그라운드에서 홀이 보이지 않는 형태로 되어 있어서 이동을 해 봐야 알 수 있는 구조거든요.


그린 근처로 이동을 하여 보니 공은 조금은 홀에서 떨어진 곳에 놓여 있었어요. 잘 하면 버디가 가능할 거리이나 안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정도의 거리이기도 했죠. 내리막 라이이기도 했었구요. 그린 근처에 가 보니 홀 주변에 공 떨어진 자국이 있었는데, 이런! 거의 홀 주변에 공이 떨어졌더라구요. 약 5cm 정도만 앞으로 갔어도 홀에 직접 공이 들어갈 뻔한 그런 샷이었습니다. 조금은 아쉬운 마음도 있었지만, 전체적인 샷감이 좋아가고 있다는 것으로 만족하고 퍼팅을 했는데, 홀로 공이 빨려 들어가더군요. 3홀 연속 버디 3언더파.





사이클 버디


3홀 연속 버디의 특징은 모두 짧은 거리의 퍼팅이 아니라 나름 거리가 있었던 퍼팅이었는데, 퍼팅감이 좋아지면서 버디를 성공한지라 퍼팅의 자신감이 많이 생겨가고 있었습니다. 다음 13, 14번 홀은 파로 마무리하고 이 골프장에서 가장 긴 홀 중에 하나인 15번홀 418야드 파4를 맞이 했습니다. 3언더파가 기존의 라베와 같은 스코어 이기도 하고 지금까지 보기 없는 라운드라서 파로 잘 마무리 해야 하겠다는 생각에 드라이버를 조금 길게 치려는 시도가 조금 잘못 맞아 거리가 짧게 나갔습니다. 남은 거리는 거의 200야드. 공이 있는 라이는 괜찮았지만, 홀 왼쪽이 워터 해저드로 되어 있어 그린에만 잘 올라가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한 샷이 핀 60cm 정도에 붙는 완벽한 샷이 되었지요.






홀로 이동을 하면서 드디어 4언더파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에 조금은 흥분이 되더군요. 가볍게 버디를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어려운 홀에서 이렇게 버디를 만들었다는 것이 라베와 보기 없는 라운드를 모두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것에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 다음홀은 오른쪽에 워터 해저드가 있는 파3홀 조금은 짧았던 샷이었는데, 오르막 퍼트로 어렵지 않은 라인이었으나 거리가 조금 있어서 버디는 힘들겠고, 파 정도는 무난하게 할 것으로 예상을 했던 홀입니다. 오르막 5야드 정도의 거리를 부담 없이 가볍게 스트로크를 하고 났더니 홀로 직접 공이 떨어졌습니다. 후반 라운드를 하면서 정말 퍼팅감이 이렇게 좋을 줄이야. 그 동안의 라운드 중에서 이렇게 좋았던 적은 없었던거 같았습니다.





그리하여 후반 7홀에서 무려 5개의 버디를 했네요. 그리고 15번홀 파4와 16번홀 파3의 버디로 인해 다음홀인 17번홀 파5에서 버디를 하게 되면 사이클 버디를 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사이클 버디는 2번 했었는데, 이번이 세번째 기회가 된 것이지요. 17번홀 파5. 티샷, 세컨샷 모두 괜찮게 맞고 세번째 샷이 42야드 정도 남았는데, 샌드웨지로 잘 붙여서 드디어 약 2야드 정도 거리의 버디 펏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조금 긴장되는 순간의 펏이었는데, 생각 보다는 어렵지 않게 버디를 만들어 내었습니다.





후반 10홀~12홀, 15홀~17홀의 3연속 버디를 두번한 기록을 세웠습니다. 사이클 버디도 만들어 내고 마지막 18번홀을 남기고 보기 없는 (bogey free) 라운드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었죠. 이미 라이프베스트 스코어를 한참 넘은 상황이었고 이제 마지막 18번홀에서 보기 없이 파로만 마무리 해도 아주 좋은 라운드로 남을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18번홀 또한 짧지 않은 파4에 맞바람이 있는 홀이라 평소에도 파 확률이 조금 떨어지는 홀이라 정말 긴장을 하게 되었습니다.


보기 프리(bogey free)


드라이버 샷이 드로우가 많이 걸릴거 같아 조금은 오른쪽으로 보고 친 샷이 벙커로 굴러서 공이 들어 갔습니다. 벙커 턱이 높아서 직접 홀까지 공략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레이업을 해야 했지요. 이렇게 되면 세번째 샷을 잘 붙여야 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레이업을 하고 난 후에 약 50야드 정도의 거리가 남았습니다. 어프로치를 했는데 약 4야드 정도의 애매한 거리가 남았지요.





오늘 하루, 특히 후반 9홀의 퍼팅감을 믿고 자신 있게 퍼팅을 하였습니다. 이 펏이 안 들어가면 보기 없는 라운드가 무산된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그래도 5언더파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었기에 이것으로 만족하자는 마음으로 퍼팅을 했던것이 좋은 결과가 있었던거 같습니다. 퍼팅은 홀에 잘 떨어졌고 드디어 보기 없는 라운드이자 생애 최고 스코어인 66타를 기록하게 되었네요. 정말 꿈만 같은 순간이었습니다.




이번 라운드에서 만든 여러가지 기록이 몇개 있네요.


1) 라이프 베스트 스코어 66타(-6)

 : 6이 세개라서 좀 이상하기도 하지만, 참 맘에 드는 스코어였습니다. 앞으로 언제 이 라이프 베스트 스코어를 깰 수 있을런지. 


2) 3연속 버디 2번

: 3개의 버디를 연속으로 해 본것은 그 동안 1번이었는데, 한 라운드에서 2번 해 본 것은 처음


3) 싸이클 버디

: 한 라운드에서 파3, 파4, 파5 연속 붙어 있는 홀에서 모두 버디 하는 것. 생애 3번째 해 본 기록이네요.


4) 보기 프리(bogey free) 라운드

: 보기 하나도 없는 완벽한 라운드. 생애 처음으로 보기 없는 라운드를 했네요.


이 날 같이 동반 라운드를 하게 된 "이경연님"께 고마움을 표시합니다. 초보 골퍼시라 이 기록이 얼마나 큰 기록인지 모르겠다고 하셨지만, 충분히 축하를 해 주셨기에 기분이 아주 좋았던 라운드입니다. 아마도 마인드골프 인생에 이 스코어를 같이 만든 동반자로 평생 기억에 남지 않을까 싶습니다.




항상 배려하는 골프 하세요. Don't Worry. Just Play MindGolf!